워홀은 소박한 수프 통조림을 가지고 기적 같은 솜씨를 보였다. 예술은 플라톤적으로 사물을 모방했을 뿐 아니라 와일드식으로 그것을 고양했다. 오래 전부터 켐벨 통조림에는 우울한 요소가 있었지만 누군가 깡통을 가치 있는 물건으로 격상한다고 생각하면 우울이 덜어질까. 그 깡통들은 미술관 벽에 걸리고 작품으로 소장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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통조림은 저널리즘적[액체를 담은, 한번 쓰고 버릴 용기]이었다가, 워홀이 액자에 넣음으로써 문학 반열[벽에 진열하고 반복해서 관람하는 것]로 격상된 셈이었다.
워홀이 물감으로 한 일과, 오랫동안 있는 줄도 몰랐던, 코나 손의 점들을 애인이 칭찬해주는 일은 비슷하지 않을까? 애인이 "당신처럼 사랑스런 손목/사마귀/속눈썹/발톱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거 알아"라고 속삭이는 것과 예술가가 수프 통조림이나 세제 상자의 미적인 성질을 드러내는 것은 구조적으로 같은 과정이 아닐까?
- 알랭 드 보통 -
뭐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