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 사람을 가졌는가
-함석현-
만리길 나서는 날,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갈만한 사람.
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....
온 세상 다 나를 버려,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,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.
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....
탔던 배 꺼지는 시간, 구명대서로 사양하며,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할..
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...
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
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...
잊지못할 이 세상을 두고 떠나려 할때,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
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...
온세상의 찬성보다도 가만히 머리흔들 그 한얼굴 생각에,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되는
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....